아이폰4와 기계식 시계 시계방

개인적으로 전화기엔 전혀 관심도 없을뿐더러 알지도 못하지만, 새로 나온 아이폰과 잡스에 워낙 혹평이 쏟아지니 소식을 접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다. 만약 물건에 구조적 문제가 있고 그것을 회피한다면 비난을 받는 거야 당연하겠지만, 문득 비슷한 상황에서 기계식 시계에 대한 얘기가 하고 싶어졌다.

고급 시계에서 회사와 소비자 간에는 그닥 일반적이지 않은 전략적 관계를 가진다. 고급 기계식 시계가 아주 정교하고 제작하기 어렵다는 점 등에서 가치를 갖고, 또 의외로 적지 않은 매니아들은 그 기계적인 부분에까지 깊은 관심을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무브먼트도 매니아에겐 패션의 한 요소로의 관심이라는 것이다.(이것에 관한 부연설명은 나중에...귀찮지 않다면) 쉽게 말하면 기계이기 때문에 성능 같은 공학적인 관점이 중요한 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거의 중요하지도, 그리고 그 기술적인 부분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본질은 만드는 사람이나 매니아 둘 다의 입장에서 기술적인 패션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수백 수천만 원짜리 시계의 무브먼트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어도 그냥 방치되는 게 보통이다. 잘은 몰라도 어쨌든 무브의 기본 구조를 효율이나 오류를 없애기 위해 수정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남의 무브먼트를 사다가 수정해서 쓰는 경우는 제외이다. 보통은 저렴한 무브를 자신의 시계 가치에 맞추는 작업인데 일반인이 디테일하게 알기도 어렵지만 명분상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사실 많은 시계회사가 그렇지만 싸구려 기계를 사다가 시계를 만들어서 비싸게 파는 양심 없는 경우에도 대부분의 소비자는 모르고, 엄밀히는 구분 자체가 크게 상관이 없지만, 개념 회사가 그렇게 팔았다간 순식간에 매장될 테니 그렇다.)

막말로 시계 무브먼트가 엄청난 부하가 걸리는 구조도 아니고, 정말 버그나 효율이 중요하다면 시계에도 재깍재깍 패치 버전이 나왔겠지만, 시계에서 이건 상업적으로 무덤을 파는 행위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예를 들어 800만 원짜리 시계 하나 샀더니 얼마 후에 버그 수정해서 1.1버전이 나오고, 다시 1.2, 1.3 이렇게 나온다면? 시간 보고 또는 허세 부리려고 800 썼더니 별 상관도 없는 거 수정해서 중고 값이나 떨어트리고 기분까지 잡쳐버리는 XX같은 상황이겠지. 어차피 보통은 문제를 알기도 어렵지만 알아도 특별히 문제로 인식되지 않는, 게다가 만드는 놈도 호들갑 떨 이유가 전혀 없는 뭐 그런 관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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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씸플리 씨리 : 위험한 생각들 - 1. 시계 2011-01-08 20:46:37 #

    ... 손목시계 최초로 체인 구조를 사용하다니!! 이제 하루 오차가 8초로 줄어들 거야!!그렇다고 이런 기술에 아무 의미가 없다는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전에 아이폰4와 기계식 시계란 포스팅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이건 기술적인 '패션'에서야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가장 적나라하게로는 수억의 시계라도 만 원짜리 쿼츠 시계가 족히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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