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생각들 - 3. F1 피트월

위험한 생각들

위험한 생각들 시리즈 세 번째,

3. 자, 그럼 이제 에프원에서 속도감을 보여줘

예전부터 절실히 느끼고 있었지만, 특히 작년 월드컵 이후로 폭발해서 6월 이후의 F1 경기 중 한국과 아부다비 외엔 전부 결과만 확인하고 말았다. 2007년 시즌 시작 직전, 이 똑같은 고민으로 썼던 포스팅이 재미없는 F1 중계와 2009년에 쓴 레이싱 서킷 잡담 이었는데 지금도 이 느낌은 별로 나아진 게 없다.

제일 싫어하는 앵글, 이때의 비주얼적인 흥분과 속도감은 유모차에 뒤지지 않는다. 설령 저기서 추월이 생긴다 해도.

에프원을 매 시즌 보면서 느끼는 건 역설적이게도 시속 330의 차량보다 UFC의 좁은 옥타곤에서 부대끼는 사람의 움직임이 더 역동적이더라는 것이었다. 그렇다. 이게 바로 위험한 생각이다. 난 지금 자동차 레이싱 중계의 근본적 한계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적어도 에프원의). 사실 위에 언급한 내 옛 포스팅의 내용도 그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다.

http://offerkiss.blog.me/60120975715 (몬토야 인터뷰, 아날로그님)
보이는 재미라면 추월과 속도감이 있는데 그 중 추월에 관해선 위 몬토야의 코멘트도 내 생각과 거의 같다.
1초 이상 느린 차량에 붙어 전체 경기의 2/3가량을 어택해도 아무 일이 안 생기다니, 솔직히 에프원의 재미는 너무 진부하다. 팀이나 차량의 특성, 서킷, 드라이버, 타이어 등에 대한 분석의 재미가 제공되는 건 어느 스포츠에나 있는 기본 요소이지 보이는 걸 포기해야만 따라오는 것들이 아니다.

사람들은 모나코 경기를 좋아한다지만 나는 제일 싫어하는 경기가 모나코GP이다. 추월이 없는 건 물론이요, 심지어 온보드 영상이 아닌 한, 선수들이 얼마나 아슬아슬한 경기를 하고 있는지조차 와 닿질 않는다. 그리고 난 중계를 보면서 솔직히 모나코의 풍경 따위는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풍경이나 전통 따위의 가치가 내게 재미로 다가올 이유도 없다. 가끔 발생하는 사고를 빼면 결국 볼 게 가장 없다.

협회는 추월을 늘려보기 위해 이런저런 기술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추월 자체에 큰 도움이 안 될지라도, 솔직하게 대부분 사람에겐 관심 없을 F1의 친환경이나 버니의 꿍꿍이속 일지라도 약간은 찬성이다. 버니의 2~3년마다 한 번씩 터트리는 존재감 피력에 말리는 거 같지만, 실질적 추월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면, 또는 궁색하지만 '그냥' 큰 겉보기 변화라도 위에 얘기한 진부함을 타파할 정도는 될 거 같다.

대신 내가 생각하는 진짜 문제는 이것이다. 규정으로 뭔가를 묶어도 팀들은 금방 다시 원점으로 만든다. 지금 추월이 너무 없다기엔 이전이라고 눈에 띄게 추월이 많았던 게 아니고, 당장 기술적 변화가 오더라도 신세계가 열리리라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런 이유로 보이는 재미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당장은 위에 얘기한 레이싱 중계의 근본적 한계라는 것에 부딪힌다. 그래도 어쨌든 내가 원하는 건 있다. 온보드 카메라를 응용하고, 더 활용하는 것이다.

레이싱 시리즈를 막론하고 유튜브에서 온보드 영상을 찾아보는 건 정말 재밌다. 컴퓨터 모니터에 속도감이 없다는 건 알지만, 최소 위에 거론한 문제들이 적어도 나에겐 꽤 근사하게 해소된다. 에프원도 아예 BBC나 Skysport에서 하는 온보드 풀 중계로 보고 싶을 정도이다.

이런 거 좋다! 카메라 대수를 늘리고 게다가 다른 레이싱처럼 카메라가 마음대로 회전된다면?

레이싱을 보는 것이 국가의 자동차 산업이나 문화를 질적으로 높여준다거나, 또는 단지 우리나라에서 경기가 열리니까, 누구누구 회사가 레이싱에 투자를 더 해야 한다든지 등의 폭력적인 주장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재미없는 스포츠는 누구라도 별로 볼 이유가 없고, 회사 또한 투자에서 재미를 볼 수 없다. 난 특히 올림픽 등이 끝나고 나면 종종 들리는 비인기 종목도 관심 갖기나 스포츠의 애국심 드립은 정말 아니라 생각한다.


1. 위험한 생각들 - 시계
2. 위험한 생각들 - 레이싱 시뮬레이션
3. 위험한 생각들 - F1

핑백

덧글

  • 로리 2011/01/08 21:27 # 답글

    버니옹은 HD 전환 조차 생각이 없으신데요 T_T
  • 계란소년 2011/01/09 02:40 #

    일단 내년 예정 입니다.
  • 계란소년 2011/01/09 02:42 # 답글

    인디 중계 봤을 때 온보드 카메라 돌아가는 거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물론 다닥다닥 붙어서 큰 움직임 없이 달리는 인디의 산물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F1에서도 가동식 카메라는 있으면 좋을 듯 한데...그런데 이 온보드 시점이라는 게 BBC 같은 경우에도 자체 시스템을 이용하는 거라, 인터랙티브 TV에 대한 국제표준이 제대로 없어서 해외에서는 그저 암담할 따름이죠. 아주 가끔 어느 광팬이 자기 드라이버 온보드만 녹화해서 올려주는 영상 정도 외엔...
  • 마하 2011/01/09 08:10 # 삭제 답글

    와 위험한 생각이 아니라 맞는 생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인디에서 할 때 오벌 트랙가까이에서 카메라를 두고 찍었던 장면이 생각나네요 진짜 속도감 장난 아니었는데

    이것도 2006년인가 부터는 중계에서 보이지 안더군요 오벌에서 피슝~ 하고 지나가는 속도감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중계 화면이었는데 말이죠

    온보드 화면을 많이 써야 한다는데는 100% 동의합니다. 그리고 카메라가 차량을 계속 따라가니 이거 뭐 빠른지 느린지 모르겠단 말이죠

    어느 한 부분에서는 좀 고정을 시켜서 얼마나 빠른지 알려줬음 좋겠어요 한 동안은 결승선 위에 카메라도 있더니 그런건 요즘에는 또 많이 없어졌고 있어도 차를 자꾸 쫓아가니까 상대적으로 속도감이 떨어지고 ...
  • 지구밖 2011/01/09 12:47 #

    네 그렇게 사람 눈높이 정도에서 찍는 화면이 있었으면 좋을 거 같습니다. 시점이 높아지면 스파 오루즈건 뭐건 걍 다 똑같이 보여요.

    온보드도 드라이버 눈높이가 좋고요. 3d 슈팅게임 하면 멀미하는 사람들 은근 많던데 온보드로 아주 보내버릴 정도였으면..ㅎㅎ

    아 그리고 위험한 생각은 참고로 두 가지 입니다. 틀려서 위험한과, 너무 적나라해서 위험한이요. 책에서도 마구 섞어서 쓰더라고요.
  • whosyo 2011/02/08 00:33 # 삭제 답글

    요즘 새로 건설되는 서킷들은 카메라들이 너무 멀리 설치되는것 같아요 ㅜ.ㅜ
    저는 05년부터 F1을 봐왔는데 실버스톤이나 스파, 브라질같은 경기 보면서 '세상에 이렇게 짜릿한게 또 있을까'
    라고 느꼈는데요 =ㅅ=
  • 지구밖 2011/02/08 01:31 #

    저같은 경우 내용상의 재미를 빼면 일반적인 화면으로 재미를 느꼈던 적은 별로 없었던 거 같습니다. 그래서 애정은 에프원에 있어도 사실 보는 맛이 있는 wrc를 더 재밌게 보네요. 여튼 전 어떤 시리즈건 온보드 영상은 좋아합니다.
  • 딩가 2011/02/09 10:12 # 삭제 답글

    사실 다른 모터스포츠에 비해 재미가 상당히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최고봉은 F1이라는 사실과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재미 하나도 없고 지루해 죽을 지경인데 F1 최고의 그랑프리가 모나코 그랑프리라는 것은

    뭐랄까 좀 아이러니하다고 해야할까요
  • 지구밖 2011/02/09 14:45 #

    네 그렇죠. 그러고보면 단지 빠른 게 상징적 의미 외에 자체적으론 별 재미를 주지 못하는 요소가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경기가 재밌는데 차가 빠르면 '더' 재밌어지는 촉매 정도라고나 할까..
  • 딩가 2011/02/09 23:41 # 삭제 답글

    뭐 최고 기술의 향연이라는 타이틀이 있으니까요.

    근데 재미있는 것은 F1 팬들도 F1 재미없다고 욕들 많이 하면서도 결국은 F1을 본다는 것이죠.

    상대적으로 접하기 쉽다는 이유에서일까요? ^^

    사실 박터지는 재미로만 따지만 v8 수퍼카나 BTCC인데 말이죠

    하여간 좀 웃기긴 합니다. 제일 재미없는 카테고리가 제일 인기가 많은 현 상황이..


  • 지구밖 2011/02/10 01:20 #

    뭐 그럴 수도 있고 기타등등 말씀하신 대중적인 이유나 보다보니 정들어서 관성으로 본다던가, 하다못해 허세도 있을 수 있고요. 좋은 점으론 에프원엔 다른 레이싱엔 찾기 힘든 정치 게임이나 기술적인 관심거리도 있네요. 솔직히 v8슈퍼카 시리즈가 재밌다는 건 알지만 개인적으로 거기서의 자동차는 별로 정이 안 가기도 하고요.

    야구가 매 게임 재밌는 게 아니라도 짜릿한 순간이 있어서 보는 것 처럼 한 두 가지 이유로만 보기 보다 여러 좋고 나쁘고의 복합적인 이유가 있을 겁니다. 그 중에서 에프원 중계의 비주얼은 정말 구리다는 게 제 생각이었고요.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