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년의 폭발> 서평 및 잡담 책꽂이

부제는 문명은 어떻게 인류 진화를 가속화시켰는가, 얼마 전에 본 책이다. 

저자들은 지금의 인류가 4~5만 년 전과 생물학적으로 완전히 똑같다는 기존의 학설에 정면에서 반박하는데, 심지어 본문을 인용한 책 표지의 소개에선 다음과 같이 도발한다. 

"스티븐 제이 굴드, 에른스트 마이어 등 주류 진화론자들은 인간이 4~5만 년 전부터 생물학적 변화를 전혀 겪지 않았다고 주장해왔으나, 이 책의 저자들은 최신 과학이론과 증거를 토대로 이들의 주장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한다."

오호~하지만 도발에서 끝날 정도로 저자들은 어리석지 않았다. 수많은 최근의 유전학적, 분자생물학적 근거들을 들이밀며 특히 최근 1만 년 사이 오히려 폭풍 변화를 겪었다고 설명한다. 

네안데르탈인은 대가 끊겼다? 이렇게 믿어지는 네안데르탈인의 현대 인류에 대한 유전자 이입 가능성에 대해 다른 포유류의 사례나 유전학적인 설명은 오히려 그 반대보다 훨씬 설득력 있게 들리는데, 심지어 인간은 돌고래나 양과도 ㅅㅅ를 한다는 장난스런 사례까지도(다이아몬드가 자기 책에서 쓴..;;) 예로 든다. 도킨스나 다이아몬드 등이 짚었던 문화의 영향을 확장시켜 문화는 유전자도 변화시킨다는 주장인데, 예를 들어 농경의 발달이나 질병의 확산, 전쟁, 식민화 등으로 생긴 많은 유전적 변화의 근거들을 보며 뭔가 재밌는 느낌을 받은 건 나뿐일지. 어쨌거나 뿌리 깊은 편견을 깰 가능성이 있는 아이디어는 언제나 흥미롭다. 

레이싱 좋아하는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핀란드인에겐 레이서의 피가 흐른다는 말을 종종 하기도 한다. 음, 어쩌면 예를 들어, 환경적으로 공간 감각과 연관된 유전자의 생존이 유리했을 선택압에 놓였을 수도 있고, 뭐 어떤 형태로도 좋다. 현재 핀란드의 모터스포츠 인프라가 어떤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단지 문화적 이유일 수도 있는데, 여튼 뭔가를 입증할만한 근거가 실제 나온다면 웃길 거 같다. 

개인적으로 또 궁금한 건 흑형들이 음악적 감각이나 운동에 유리한(특히 근육 많이 쓰는) 유전적 환경에 노출됐었을지의 여부이다. 음악 자체로 생존률을 판단하기엔 세대가 짧아 무리가 있지만 여튼 사실이라 가정하고 그게 처음엔 다른 이유에 의해 선택된 유전자일 수 있다는 건 전혀 이상한 게 아니다. 물론 근거 없으면 말고. 

처음엔 '글항아리'란 책 출판사가 생소해서 좀 미심쩍었는데(내가 보기에 출판사는 책의 기본적 신뢰도를 가늠할 수 있는 나름 괜찮은 척도이기도 함) 생각보다 너무 재밌었다. 결과적으로 나중에 사실이 아닌 부분이 밝혀질지언정 꽤 가치 있는 주제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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