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노 구입한 얘기 나도몰라

그동안 쓰던 칼이 세키 마고로쿠인데, 이게 우수용 편날이라 왼손잡이인 내가 쓰기엔 아주 조금 불편하다는 걸 빼면 정말 만족하며 잘 쓰고 있었다. 그 전까진 그저 그런 칼만 쓰다가 큰맘 먹고 좋은 거, 몰리브덴강으로 샀었는데 이게 그렇게 맘에 들 수가 없었다. 칼 자체가 100% 편날인 탓도 있지만(택배를 뜯기 전까지 편날인지 몰랐음...) 초립날 각이 컸음에도 절삭력이 너무 좋았고, 무게중심은 약간 뒤쪽 딱 볼스터에 있어서 190그람의 무게가 묵직하면서도 다루기는 쉬웠다. 양파나 양배추 따위가 삭삭삭 거리면서 작살날 때의 그 손맛이란...난 이 칼 때문에 무거운 칼이 좋다고 생각했고 미소노를 살까말까 한참 고민한 이유 중 하나도 미소노의 가벼운 무게였다.

그리고 이 칼은 연마가 쉽다는 장점도 있다. 몰리브덴 강재 자체가 고급에 비해 물러서 그런 거지만 희한하게도 훨씬 무른 싸구려 스댕보다 슥슥 잘 갈리고, 심지어 날 뒤집어짐도 적은 데다 카에리 제거도 쉬워서 한 번 갈면 무섭게 날을 세울 수 있었다. 내 경우 칼을 거의 야식+주말용으로만 쓰다보니 그냥 닥치고 날카롭게 갈아버리는데, 이 때의 칼 만족도는 부엌 천장을 뚫어버릴 정도다. 아무리 양파를 조져도 매운내가 안 남. 대신 유지력이 낮아서 내 경우 3~4주에 한 번은 갈아준다.

다만...오른손잡이용 편날인 탓에 잘게 뭔가를 썰다보면 날이 살짝살짝 밖으로 밀리는 경우가 있어서 칼을 약간 안쪽으로 기울이고 썰어줘야 할 때가 있다. 물론 날빨이 워낙 좋아서 대만족하고 썼지만..

그러다가 '그냥 다른 칼도 갖고 싶어서' 고민했던 게 사카이 이찌몬지 스웨덴강 규토였는데 이게 구매대행 하려니 생각보다 너무 비쌌다. 그래서 포기하고 어쩔 수 없이(?) 산 게 미소노 UX10.

날의 모양이나 두께, 길이는 두 칼이 놀랍게도 거의 비슷하다. 대신 무게중심이 약간 앞쪽이고 무게가 160으로 훨 가벼워서 체감상 칼이 짧게 느껴진다. 손잡이는 아담해서 손에 쏙 들어오고 일단 벨런스가 너무 좋아서 아 이래서 미소노 미소노 하는구나 싶었다.
아직 별로 안 써봐서 많은 감상은 없지만, 양파를 쳐보는데 톡톡 스쳐도 다져질 정도의 절삭력이다. 날 모양은 눈대중으로 우수용 7:3정도 되는 거 같았다. 나중에 반대로 바꾸고 싶다.

그나저나 초립날 상태가 꽤 좋다. 기계연마는 분명 아닌 거 같고 고방수 숫돌에 수작업으로 비빈 거 같다. 토마토 한 번 잘라보고 싶은데 토마토가 없네..
페인팅인줄 알았는데 음각 각인.
뭔가 아주 교과서적인 규토 느낌이다. 맨 위에 슌은 엄마 칼이고 엄마가 안 써서 내가 갖다 가끔 쓰는데, 올 초였나 저걸로 마늘 뽀각하다가 미끄러져서 손목을 살짝 베인 적 있다. 종이에 베인 만큼 베였는데 순간 소름 쫙 돋아서 아무튼 그 이후론 절대 칼로 마늘뽀각은 안 하고 쇠밥그릇으로 한다. 슌은 폭이 넓어서 높은 거 썰 때는 뭔가 더 안전한 느낌이며, 칼날 배가 불룩하고 무게도 210g으로 꽤 나가서 다른 것과는 좀 다른 컨트롤이 필요한 거 같다. 무게중심은 볼스터 바로 앞이고 일식칼 처럼 목이 길어서 그 부분을 약간 뒤로 잡으면 손에 딱 들어온다. 짧은 사용으론 스웨덴강이나 VG10이나 절삭력 차이는 잘 모르겠다. 그냥 가정용으로 요리좁밥이 쓰기엔 꽤 과분하기도 한 느낌.

덧글

  • 세키마고로쿠쿠 2018/03/01 00:39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리뷰글 잘봤습니다~
    저도 세키마고로쿠 4000 24cm 쓰는중인데요
    연마를 어떤식으로 하시나요? 저는 우측은 열심히 갈고 좌측은 카에리 넘어온거 다듬어만 주는 형식으로 했더니
    처음 사자마자 쓸때보다 좀 절삭력이 덜한느낌이라서요
    답글 부탁드립니다!
  • 지구밖 2018/03/01 09:23 #

    제경우는 우측은 많이눕혀서, 왼쪽은 좀 세워서 가는편이에요.근데 모양이 덜잡혀서 심하게 어정쩡합니다. 말씀하신 부분은 제 추정으로 오른쪽 갈때 날부분이 제대로 안갈린게 아닐까하네요. 그니까 예를들어 날면이 시작되는 부분 일명 시노기쪽만 마구 갈렸다던가, 제가 눕혀서 갈다보니 느끼건데 칼 평활도가 나빠서 너무 면에 붙여서 가니까 정작 날끝은 잘 안갈릴 때도 있더군요. 이걸 잘 확인하셔야 됩니다. 각도나 힘조절을 잘해야 되는데 그런거 못해도(저처럼) 날끝이 갈리는지 어디 딴데만 갈리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하면서 갈면 날은 잘서요. 와 이거지 싶을 정도로 팩토리날보다 훨씬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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